최신 게임기의 기본 옵션, 품귀현상
소니의 차세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5(플스5)의 발매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도 11월 10일 발매를 앞두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플스5와 엑스박스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하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예약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의 불만 섞인 글이다. 플스5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는 넘쳐나지만 공급이 그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여기저기서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상황은 엑스박스 시리즈도 마찬가지. 그런데 콘솔 게임을 꾸준히 즐겨온 게이머라면 이런 상황이 낯설지만은 않다. 오늘은, 이제는 기본 옵션처럼 익숙해져 버린 콘솔 게임기들의 품귀현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콘솔게임기의 품귀현상은 플스5와 엑스박스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보인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20일, 닌텐도의 인기 타이틀 '모여봐요 동물의숲'의 발매와 함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동숲 에디션)'이 발매되었다. 동물의숲 게임의 인기와 더불어 스위치 동숲 에디션은 예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으며 한정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스위치의 생산량이 줄어서인지 스위치 동숲 에디션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게임기로 꽤 오랫동안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었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3년 12월 17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4(플스4)가 국내에 발매되었을 때도 비슷한 품귀현상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구입을 원했지만 물량이 부족하다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똑같은 이유로 플스4의 가격에 적게는 10~20만 원, 많게는 두 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었다. '되팔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임기 품귀현상, 이유는 코로나? 마케팅?? 되팔이???
원하는 게임기를 구입하지 못한 유저들의 불만과 함께, 게임기 품귀현상의 여러가지 원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의 경우 동숲 에디션뿐만 아니라 스위치 자체가 씨가 말랐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온 이야기가 코로나 사태로 스위치 생산에 차질이 생겨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 그 당시 스위치 품귀현상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탓이라는 분석에 나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어 유저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거라면, 소니나 마이크로 소프트 입장에서도 상당히 뼈아픈 일이다.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내야하지만 충분히 더 많이 팔 수 있는데 물량이 부족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계속되는 게임기의 품귀현상이 바로 마케팅을 일환이라는 것. 플스4 시절에 특히 많이 나왔던 이야기로, 게임기를 구매하기 위해 게임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귀한 매물 탓에 프리미엄이 붙는 그 자체가 게임기에 별 관심 없이 대중들에게 까지 광고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로 게임기를 소량으로 풀어 화젯거리를 만드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인 것이다. 논리적이긴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고, 만약 본인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수요가 넘칠 때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려고 노력할 것 같기는 한데, 뭐 정확한 부분은 관련 관계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 가다보니 게임기에 프리미엄이 붙고, 정가에 웃돈을 얹어도 팔린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당당하게 정가에 프리미엄을 붙이고, 그래도 팔리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게임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예약 구매에 도전을 한다. 전문 업자들뿐만 아니라 단순히 용돈 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돈이 될만한 예약판매 물건이면 무조건 도전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면서 말 그대로 게임 관련 예약 구매는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되팔이들의 개인 거래를 원칙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본래의 목적으로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의 즐길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비난을 받을만 하다.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지, 단순히 개인의 수익을 위해 형성돼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가 없다면 품귀현상도 없다.
대학생 시절,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플스3 발매 당일 게임샵에 가서 구입해온 경험이 있다. 플스2 역시도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백화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했었다. 이렇게 원하는 게임기를 발매일에 손에 넣는 것도, 이제는 예판 전쟁에서 승리한 극 소수층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면, 대한민국에서 일부 매니아 층들이 즐기던 콘솔 게임이 이제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면서 새로운 유저층이 많이 유입되었고, 전체적으로는 콘솔 게임 시장이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이런 게임기의 품귀현상은 이 시대의 콘솔 게임의 인기와 위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
플스5 예약 구매에 성공한 수빡돈이
- 끝 -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아직도 플스2를 하는 이유 (0) | 2023.08.07 |
---|---|
내가 아직도 플스3를 하는 이유 (3) | 2020.12.23 |
플스5 디지털 에디션과 엑스박스 게임패스, 이제 게임 패키지 시장은 끝을 맺는가. (0) | 2020.09.28 |
우리는 왜 레트로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1) | 2020.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