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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게임/레트로 HW

[PS2] 개발자용 플스2 Debugging Station DTL-H50000

by 수빡돈 2020. 9. 17.

[PS2] 개발자용 플스2 Debugging Station (DTL-H50000)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2, 한국에서도 100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한 게임기이다. 워낙 많은 양이 팔려서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기이다.

 

필자가 플레이용으로 사용중인 플스2, 여기저기 상처는 많지만 아직도 쌩쌩하게 잘 작동한다.

 

 

 

 

 

  그렇게 많이 팔린 플스2이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희귀한 녀석도 있다. 바로 개발자용 플스2 'Debugging Station'이다. 'DTL'로 시작하는 모델명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상 국내에서는 정보가 거의 없으며 구글에도 사진과 판매글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개발자용 플스2 Dubbugging Station. 전면에 새겨진 'TEST'가 인상적이다.

 

  위 사진에 있는 것이 개발자용 플스2 DTL-H50000.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면에 파란색으로 'PS2'라고 새겨져 있어야 할 자리에 'TEST'라고 새겨진 것이다. 사실 외형적으로는 저 'TEST' 글자 외에는 기존의 5만번대 플스2와의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실제로 기존에 사용하던 플스2를 대신해서 설치해놨지만 내가 와이프에게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 몇 년 동안 와이프는 다른 기기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TEST 글자를 제외하면 오리지널 플스2 5만번과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하다.

 

눕혀서 봐도 마찬가지

 

 

 

 

 

  하지만 모델명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DTL-H50000. 그리고 구글링을 해보니 1만번대, 3만번대 DTL 시리즈도 있는 것 같다. 아마 모델별로 개발자용 플스2도 같이 나온 것 같다. 

 

DTL-H50000 "PlayStation 2" Debugging Station. 혹시 몰라 시리얼 번호들은 다 가렸다.

 

 

 

 

 

  외형상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이 개발자용 플스2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코드프리 기능' 때문이다. 정식으로 발매된 플스2에는 지역코드가 있어서 이 코드가 맞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한국에 정식 발매된 플스2의 지역코드는 일본판과 같은 'NTSC J'이기 때문에 일본판 게임은 돌아가지만 북미에서 발매된 'NTSC U/C'코드의 게임은 돌아가지 않는다.

 

왼쪽부터 정발판 파판10, 일본판 그린디아 2, 북미판 바하4의 지역코드, 한국 정발판과 일본판은 지역코드가 같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개념의 지역코드이지만 그 당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존재였다. 한국에 정식 발매되지 않은 게임들이나 일본어로 정식 발매된 게임들을 영어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들여서 해외에서 게임을 구하더라도, 이 지역코드의 벽을 또 한 번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 지역코드를 해결할 수 없었고, 개조칩을 장착한다든지 액플코드를 사용한다든지 해서 지역코드를 무력화시키는 몇 가지 방법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추가적인 작업이 더 들어가야 했고 또 완벽한 방법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게임들을 즐기기 원하는 유저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된 플스2 기기의 국가코드는 NTSC J

 

 

 

 

 

  하지만 이 개발자용 플스2는 정식 발매판, 일본판, 북미판 할 것 없이 다 구동이 가능하다. 심지어 정품이 아닌 직접 구운 게임 CD/DVD도 실행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개발자들이 테스트용으로 사용했던 플스2인 것이다. 유럽의 PAL 방식까지 지원하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PAL 방식의 게임이 없어서 테스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가능할지도 모른다(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뇌피셜이다. 오해 없으시길).

 

  왜, 어떤 경위로 이 개발자용 플스2가 시중에 돌아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역코드에 관계없이 플스2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메리트이다. 또한 플스2는 하위 호환을 지원하기 때문에 플스1 게임들 역시도 지역코드에 관계없이 구동이 가능하다. 플스2에서는 지원하지만 플스1 실기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컴포넌트 단자로 연결해서 더 깔끔한 그래픽으로 플스1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개발자용 플스2로 정식 발매 기기에서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이런 북미판 플스1 게임도 구동이 가능하다.

 

 

 

 

 

  시간이 흘러 플스2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해 CD나 DVD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하드플스'의 등장으로 지역코드 자체는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복사 CD나 복사 DVD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면 CD를 굽기 전에 지역코드 변경 패치를 적용해서 굽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가 이런 방법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발자용 플스2가 여전히 가치 있는 이유는 그런 불법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지역코드에 관계없이 플스1, 2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